머니밸류 경제팀 | 2026년 9월 4일
고용노동부가 기업이익 연동형 경영성과급 요구와 기업의 투자·매각 등 경영상 결정을 원칙적으로 의무적 단체교섭 및 파업이 가능한 노동쟁의 대상에서 배제하는 구체적 행정지침을 전격 발표했다. 최근 산업 대전환기를 맞아 산업계 전반에서 번지던 영업이익 일정 비율(N%) 배분 요구나 인공지능(AI) 도입 반대 투쟁에 대해 정부가 명확한 법 해석 기준을 세워 제동을 건 셈이다. 이번 지침은 노동위원회의 노동쟁의 조정 절차는 물론 사측의 교섭 거부에 따른 부당노동행위 성립 여부를 가르는 핵심 준거로 작동하게 된다.

■ 정부, 경영성과급 및 경영권 쟁의 선 그어…예측가능성 확보 주력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발표된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의 후속 조치로서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마련하고 산업 현장에 즉각 적용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도입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일부 대기업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의 고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거나 해외 공장 신설 등 사업전략 자체를 저지하려는 단체행동이 빈번해지자, 현장의 혼란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교섭 의무가 부여되는 노동쟁의 대상의 범주를 명문화하여 불필요한 노사 분쟁을 사전에 억제한다는 전략이다.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과 헌법상 기본권인 기업의 영업의 자유 및 주주·채권자 등 제3자의 재산권 간 조화와 균형이 지침 설계의 근본 배경이다. 그동안 노동조합법 제2조 제5호에 따른 근로조건 결정 사항의 해석을 둘러싸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법적 공방이 극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고용부는 임금·근로시간 등 전통적인 근로조건과 무관하게 기업의 존립이나 지배구조의 근간을 흔드는 요구까지 쟁의 대상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번 조치는 향후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 사건 처리는 물론 지방고용노동관서의 고소·고발 사건 수사 기준이 된다. 만약 노조가 쟁의 대상이 아닌 경영상 결정 철회나 이익 연동 성과급 지급만을 고집하며 조정을 신청할 경우, 노동위원회는 행정지도 결정을 내려 합법적인 쟁의권 취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게 된다. 사측 역시 이러한 사안에 대한 교섭을 거부하더라도 부당노동행위 처벌을 받지 않게 되면서 산업 현장의 대화 구도가 근본적인 변화를 맞게 됐다.
■ “기업이익 N% 배분 요구는 위법”…영업의 자유 침해 판단
시행지침에 따르면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기업이익과 직접 연동하여 일정 비율의 분배를 강제하는 경영성과급 요구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나 노동쟁의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기본급이나 연봉을 기준으로 한 정액·정률 요구는 교섭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기업의 회계상 이익 총량을 사전 배분하라는 요구는 기업의 영업의 자유와 주주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논리다. 정부는 기업이익이 근로자의 노동 제공뿐만 아니라 거액의 설비투자, 외부 시장 사이클, 금융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라는 점을 분명히 짚었다.
회계 계정별 법적 한계도 상세히 적시됐다. 매출액은 매출원가와 판매비·관리비 등 기초적 비용조차 빼지 않은 외형 수치이므로 기업의 순수한 잉여이익으로 볼 수 없다. 영업이익의 경우에도 채권자에 대한 이자 지급, 정부에 대한 법인세 납부, 주주에 대한 배당금의 법적 원천이 되므로 제3자의 법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재원이다. 나아가 당기순이익은 부동산 처분이나 지분 매각, 자회사 배당과 같은 비영업 활동 수익이 대거 포함되어 있어 근로자의 노무 제공과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맺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결과적으로 기업이익의 일정 몫을 선분배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연구개발(R&D)이나 설비투자 등 기업의 미래 생존을 위한 필수 재원을 고갈시킬 위험이 크다. 고용부는 노사가 경영성과급을 자율적으로 논의하는 협의 행위 자체는 보장하되, 이를 관철하기 위해 파업 등 실력행사를 동반하는 합법적 쟁의권 행사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따라서 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하려면 회계상 이익 배분이 아니라 기존 임금체계와 연계된 정액 요구나 지급 기준 협의 방식으로 요구안을 전환해야 한다.
■ 사업경영상 결정 자체는 교섭 불가…조직 변동 권한 보호
공장 신설, 해외 이전, 사업 매각, 인수합병(M&A), 신기술 도입 등 기업 조직과 투자에 관한 본질적 경영 판단 역시 단체교섭의 의무적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기업이 어떠한 지역에 설비를 짓고 어떤 기술을 적용해 제품을 생산할지는 헌법상 영업의 자유에 속하는 경영주체의 고유 권한이라는 취지다. 노조가 “해외 공장 투자를 철회하라”거나 “특정 기업으로의 사업부 매각을 백지화하라”는 주장을 내걸고 파업을 벌이는 행위는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이번 지침은 경영상의 결정 단계와 근로조건 영향 단계를 엄격히 이원화하여 구분했다. 사업 구상이나 중장기 계획 수립, 이사회 의결 단계에서는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어디까지나 불확실한 가능성에 불과하므로 단체교섭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기업이 미래 생존을 위해 추진하는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는 부지 선정부터 착공, 준공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외부 변수를 거치므로 발표 시점에서는 구체적인 고용 침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진의 추상적인 발언이나 공시, 언론 보도만을 근거로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하거나 쟁의에 돌입하는 것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주주총회 결의를 반대하거나 대표이사 선임 및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는 행위, 특정 펀드의 지분 인수를 저지하려는 행위 역시 기업의 소유 및 지배구조에 개입하는 행위로서 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경영권 행사의 본질적 영역에 대해서는 노조의 물리적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행정적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대목이다.
■ “객관적 정리해고 예상될 때만 교섭”…판단 기준 정량화
사업경영상 결정이 노사 간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단계’에 도달해야만 한다. 단순한 소문이나 우려 수준인 ‘가능성에 그치는 경우’와 문서나 공식 발표를 통해 인력 구조조정이 구체화된 단계를 엄격히 가르는 기준선이 마련됐다. 근로조건의 실질적 침해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분별한 쟁의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정밀한 법적 장치다.
고용부가 적시한 ‘가능성에 그치는 경우’에는 사업경영 결정의 단순 공시, 경영진의 중장기 비전 제시, 노조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추정 등이 포함된다. 반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는 회사가 정리해고 계획을 수립 중이거나 확정한 사실이 사내 공지, 노사협의회 보고 문건, 단체교섭 석상 발언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객관적 입증 자료가 사전에 확보되지 않는다면 노조의 교섭 요구는 법적 구속력을 얻을 수 없다.
이에 따라 향후 노동 현장에서는 사측의 구조조정 계획이 문서화되었는지 여부를 두고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노조는 회사의 경영 결정이 단순 발표를 넘어 실제 감원이나 대규모 재배치로 직결된다는 객관적 물증을 제시해야만 합법적으로 협상 테이블을 열 수 있다. 반대로 사측은 투자나 매각 초기 단계에서 인력 계획의 구체적 확정을 신중히 조율함으로써 노조의 조기 파업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게 됐다.
■ 3대 핵심 유형별 판단…투자·매각·AI 기술 도입 가이드
고용부는 산업 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분쟁이 발생하는 3대 영역으로 공장 신설·이전, 사업 매각·인수, AI 등 신기술 도입을 꼽고 유형별 세부 지침을 내놓았다. 세 영역 모두 사업의 결정 자체에 대한 거부는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공통 원칙이 적용된다. 다만 해당 결정으로 인해 파생되는 근로자의 신분 변동 및 근로조건의 불이익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단체교섭의 문을 열어두었다.
먼저 공장 신설이나 해외 이전의 경우 투자 규모, 이전 지역, 착공 시기 등을 번복하라는 요구는 교섭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기존 공장 폐쇄에 따른 정리해고 회피 방안, 신설 공장으로의 인력 재배치, 근무지 이전에 따른 주거·교통 지원금 지급 등은 정당한 교섭 의제다. 사업 매각에서도 인수 대금이나 매각 상대방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매각 이후 기존 근로자의 고용승계 범위 보장이나 근로조건 승계 조항 마련은 의무적 교섭 대상에 포함된다.
제조 및 서비스업계의 최대 화두인 인공지능(AI) 및 스마트팩토리 설비 도입 역시 마찬가지다. 생산라인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하거나 AI 시스템을 적용하는 결정 자체를 거부하며 파업을 벌이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다만 신기술 도입에 수반되는 3교대제 개편, 전환배치에 따른 직무 재교육, 자동화 장비 운용에 따른 위험 방지 안전보건 대책 등은 노동쟁의 대상으로서 단체교섭 테이블에서 정당하게 다뤄질 수 있다.
■ 행정지도와 파업 정당성 상실…노동위원회 운영 수칙
노동행정 집행 기관인 노동위원회의 역할도 대폭 강화된다. 노동조합이 교섭 불가 사항인 기업이익 성과급이나 경영상 결정 반대를 주된 목적으로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할 경우, 노동위원회는 조정 절차를 개시하지 않고 다른 적법한 기준으로 요구안을 수정하도록 강력히 권고한다. 만약 노조가 이 권고를 거부하고 원안을 고수한다면 노동위원회는 노동위원회규칙 제153조에 근거해 ‘행정지도’ 결정을 내리고 절차를 종결하게 된다.
행정지도 결정이 내려지면 노동조합은 노동조합법상 합법적인 쟁의권을 취득할 수 없게 된다. 이 상태에서 노조가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주된 목적의 정당성이 결여된 ‘불법 파업’으로 간주된다. 대법원은 복수의 쟁의 목적 중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닌 위법한 목적이 진정한 주된 목적으로 인정될 경우 파업 전체의 정당성을 부정해 왔다. 불법 파업으로 판정될 경우 노조 간부 및 참여 조합원은 민형사상 손해배상 및 업무방해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사용자의 교섭 거부에 대한 사법적 면책 범위도 분명해졌다. 법정 교섭 사항이 아닌 경영권 행사나 이익 연동 분배 요구에 대해 사측이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하더라도 부당노동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 노동관서 역시 사용자 처벌을 지양하고 법령에 맞춘 사건 각하 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로써 파업을 무기로 사측의 경영상 결단을 저지하려던 기존의 투쟁 방식은 법률적·제도적 막다른 골목에 맞닥뜨리게 됐다.
■ 노사관계 패러다임 전환…실질적 규범 작동과 과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지침 발표에 대해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노사 간 대화의 룰을 재정립하여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임을 역설했다. 정부는 헌법상 기본권 간의 충돌을 법리적으로 조율하여 노사 관계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산업계가 복합 경제 위기 속에서 미래 투자와 기술 혁신을 적기에 단행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자율적인 대화는 장려하되, 불법적 실력행사에 대해서는 단호히 선을 긋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노동계의 거센 반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노동계는 영업이익 공유 요구를 가로막는 지침이 기업의 성과 독점을 정당화하고 헌법상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행정권 남용이라며 헌법소원 및 행정소송 검토를 시사하고 있다. 특히 근로조건 변동의 ‘객관적 예상’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현장 단위의 국지적 분쟁과 가처분 신청 등 사법적 쟁송이 폭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침이 단순한 행정명령을 넘어 실제 노동법원의 재판 규범으로 확고히 안착할 수 있을지가 향후 안착의 열쇠다.
장기적으로 기업과 노동조합 모두 합리적인 성과 배분 공식과 투명한 소통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기업은 중장기 경영전략을 추진함에 있어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음성적으로 처리하기보다 예측 가능한 일정과 보상안을 열어두고 교섭해야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노조 역시 기업이익의 무조건적인 분할을 요구하기보다는 노동가치에 기반한 객관적 성과지표와 생산성 향상을 토대로 한 정액·정률 체계를 마련하는 성숙한 협상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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