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산업, 양적 팽창 너머 ‘질적 성장의 변곡점’에 서다

머니밸류 경제팀 | 2026년 3월 31일 카테고리: K-Biz & Tech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 전기차 산업은 국가 경제의 새로운 심장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2023년 산업연관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기차 산업은 지난 3년간 산출액이 3배 이상 급증하며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화려한 외형 성장 뒤에는 낮은 부가가치율과 핵심 부품의 높은 해외 의존도라는 구조적 취약성이 공존하고 있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전략적 보완이 시급한 시점이다.

■ 내연기관과의 결별, 산업연관표에 새겨진 전기차의 독립

전기차 산업은 기존 내연기관차와는 작동 메커니즘부터 가치사슬까지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한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산업적 특수성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반영하여 2020년 기준년 산업연관표부터 ‘전기 승용차’ 부문을 별도의 기본 부문으로 신설하여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는 전기차를 단순한 자동차의 변종이 아닌, 독자적인 파급효과를 가진 독립적인 산업 생태계로 인정한 상징적 조치다.

전기차는 엔진 대신 이차전지와 전기모터를 핵심 동력원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내연기관차와 차별화된다. 이에 따라 산업연관표상 투입구조에서도 전지 부문의 투입계수가 0.354로 가장 높게 나타나며, 이는 일반 승용차의 투입계수인 0.008 대비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부품 수가 내연기관차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기존 자동차 부분품의 비중은 감소하는 등 생산 구조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부문 분리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승용차 외 버스나 트럭 등의 비중이 낮은 현실을 반영하여 우선 승용차 부문에서만 이루어졌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승용차 코드(4011)에서 전기 승용차(4012)를 별도 상품으로 분리하여 산업연관표상 투입구조의 차이를 명확히 했다. 이를 통해 향후 전기차 관련 통계 수요 확대에 대응하고, 생산 및 부가가치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통계적 토대가 마련되었다.

주요 부품 상세 내용
이차전지 (배터리)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며 내연기관차의 연료탱크 역할을 대체함 (제조원가의 약 40% 차지)
전기모터 / 인버터 에너지를 운동으로 변환하며 내연기관차의 엔진 역할을 수행함
전기변환장치 (OBC 등) 배터리 충전 및 차내 전장 부품 작동을 위해 전압과 전류를 변환함

■ 산출액 18.7조 원 시대, 그러나 부가가치율 8.4%의 충격

대한민국 전기차 산업의 양적 성장은 눈부신 수준이다. 2020년 5.6조 원이었던 전기 승용차 산출액은 2023년 18.7조 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전체 승용차 시장 내 산출액 비중도 6.7%에서 14.1%로 두 배 이상 급등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2015년 30만 대에서 2024년 1,080만 대로 늘어난 폭발적인 수요가 국내 생산 지표에도 고스란히 투영된 결과다.

하지만 수익성 지표인 부가가치율은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23년 기준 전기 승용차의 부가가치율은 8.4%로, 일반 승용차의 부가가치율인 25.2%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높은 배터리 제조원가로 인해 영업잉여가 4.2% 수준으로 낮게 형성된 데다, 전기차 보조금 지급으로 인해 순생산세가 마이너스(-6.6%)를 기록하고 있는 현실에 기인한다.

최근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며 제조원가가 일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저가 전기차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판매 가격 또한 하락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배터리 가격 하락이 곧바로 제조업체의 수익성 개선이나 부가가치율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전기차 산업은 덩치는 커졌지만 실제로 손에 쥐는 이익은 적은 ‘저부가가치 생산 구조’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부가가치 구성 (2023년) 전기 승용차 승용차 전체 평균
피용자보수 8.5% 5.4%
영업잉여 4.2% 7.5%
순생산세 (보조금 공제) -6.6% 6.2%
부가가치율 (최종) 8.4% 25.2%

■ 생산유발효과의 하락세, 배터리 역수입의 그늘

과거 전기차 산업은 높은 중간재 투입률 덕분에 일반 승용차보다 생산유발효과가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이 지표가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다. 2020년 2.71이었던 전기 승용차 생산유발계수는 2023년 2.50까지 하락하며 승용차 부문과 유사한 수준이 되었다. 이는 전기차 생산의 핵심 요소인 전지의 수입 의존도가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제조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생산 비중을 92.5%까지 대폭 높이면서, 국내 공장에서 필요한 배터리를 중국 등 해외에서 대거 수입하는 구조가 강화되었다. 실제로 전지 부문 수입액은 2020년 2.7조 원에서 2023년 12.3조 원으로 4.6배나 폭증했다. 이처럼 중간재가 국외에서 유입됨에 따라 국내에서 창출되어야 할 생산 파급효과가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산업의 수입유발계수는 2020년 0.36에서 2023년 0.50으로 꾸준히 상승한 반면, 부가가치유발계수는 0.64에서 0.50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간재 국산화율 역시 2020년 92.7%에서 2023년 79.9%로 12.8%p 급감하며 산업의 내실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배터리 역수입 구조가 산업의 파급효과를 갉아먹는 주요 원인이 된 것이다.

■ 수출 중심 성장의 한계와 ‘대미 리스크’의 현실화

전기차 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 전기차 수출액은 2020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한 18.7조 원을 기록하며 전체 승용차 수출액 중 20.9%를 차지하게 되었다. 또한 산업연관표 기본부문 중 수출액 상위 10개 품목에 진입하며 국내 수출 구조 내에서 그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특정 국가와 지역에 편중된 수출 구조는 정책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키웠다. 2023년까지 대미 수출액은 2020년 대비 9.5배 이상 증가하며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했으나, 2025년 들어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및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등 친내연기관 정책이 시행되자 대미 수출액이 전년 대비 87.8%나 급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수출 대상국이 미국과 유럽 등 일부 선진국에 집중되어 있어 해외 수요 및 특정 국가의 정책 변화에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와 맞물려 수출 중심의 구조를 가진 국내 전기차 산업은 큰 타격을 입었으며, 2023년 이후 수출 규모는 축소세로 전환되었다. 특정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연도별 산업연관지표 2020년 2021년 2022년 2023년
생산유발계수 2.71 2.85 2.67 2.50
수입유발계수 0.36 0.42 0.43 0.50
부가가치유발계수 0.64 0.58 0.57 0.50

■ 캐즘 구간 돌파를 위한 내수 시장 활성화 과제

글로벌 전기차 산업은 현재 초기 시장을 지나 대중화 전 단계에서 수요가 정체되는 ‘캐즘(Chasm)’ 구간에 진입해 있다. 주요국의 보조금 및 세제 혜택 축소, 차량 화재 등 안전성 우려, 그리고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성장세가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국내 전기차 생산 역시 이러한 외부 수요 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내 내수 시장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전체 자동차 판매 대수 중 전기차 비중은 2024년 말 기준 6.8% 수준에 머물러 있어, 수출 절벽 상황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내수보다 수출에 과도하게 치중된 산업 구조는 해외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때마다 국내 생산 유발 효과를 극도로 제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수출 편중형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충전 인프라의 획기적인 확충과 실질적인 보조금 정책 지원을 통해 내수 시장 저변을 넓히는 한편, 특정 국가에 치우친 수출 대상국을 다각화하여 대외 정책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적 유연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 밸류체인 내재화와 질적 성장을 향한 제언

전기차 산업은 향후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국내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하지만 현재 나타나고 있는 높은 수입 의존도와 낮은 부가가치율, 그리고 특정 국가에 편중된 수출 구조 등 구조적 취약성이 지속될 경우, 산업 성장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파급효과는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전기차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차전지 및 핵심 소재의 국산화율을 제고해야 한다. 배터리 밸류체인의 국내 공급망 내재화를 통해 국내 부가가치 창출액을 확대하고 산업의 생산 유발 효과를 다시 강화하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부가가치가 국외로 유출되는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질적 성장의 핵심이다.

또한 수출 대상국을 다각화하여 특정 국가에 대한 수출 편중도를 완화하는 한편, 충전 인프라 확충 및 보조금 정책 등을 통해 전기차 내수 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수출 편중형 구조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외형적인 산출액 증가에 안주하기보다 내실 있는 부가가치 창출과 안정적인 시장 구조를 확보해야만 전기차 산업이 명실상부한 국가 경제의 효자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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