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6월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국민 세금이 쌈짓돈인가”… 근본적 제도 개혁 없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머니밸류 경제팀 | 2026년 6월 9일

​정부가 추진 중인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실적이 누적 9,000호를 돌파하며 표면적으로는 피해 구제에 속도가 붙은 것처럼 포장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 속도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피해자 주거안정을 위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현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민이 낸 피 같은 세금을 단순히 부실 주택 매입에 쏟아붓는 임시방편식 행정이 과연 올바른 해결책인지에 대한 강한 회의론과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기 범죄로 발생한 손실을 공공 재정, 즉 국민의 혈세로 전가하는 방식은 시장 경제의 원칙을 흔들 뿐만 아니라 전세사기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한 전형적인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이 발표한 최신 통계를 들여다보면,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매입 실적의 이면에는 수많은 부결 사례와 제도적 사각지대, 그리고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이라는 시한폭탄이 도사리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혈세를 낭비하는 주택 매입 경쟁이 아니라, 전세 시장의 불투명성을 뜯어고치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다.

​매달 수백, 수천 건의 세금이 투입되는 피해주택 매입 사업은 결국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 채 정부가 사후 약방문 격으로 돈을 써서 막는 것에 불과하다. 특히 피해 주택의 대다수가 권리관계가 복잡하고 환금성이 떨어지는 다세대 빌라나 오피스텔에 집중되어 있어, 향후 공공기관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거대한 부실 자산으로 전락할 위험이 매우 크다. 머니밸류 경제팀은 이번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에 숨겨진 세금 낭비의 실태와 알맹이 없는 지원 대책의 모순을 날카롭게 파헤쳐 보고자 한다.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본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으로, 해당 내용과 무관합니다. (출처 :국토교통부)

​■ 천문학적인 혈세 투입, 부실 자산 떠안는 LH의 재정 위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실적이 9,033호에 달했다는 발표는 뒤집어 말하면 공공이 책임져야 할 부실 주택이 그만큼 급증했다는 뜻과 같다. 2024년 단 90호에 불과했던 매입 건수가 2025년 하반기 월평균 655호, 2026년 들어 월평균 807호로 폭증한 것은 정부가 질적 검토 없이 실적 쌓기식 ‘도장 찍기’에 급급했음을 보여준다. 경매 시장에서 외면받은 저가 주택들을 공공이 무더기로 사들이는 과정에서 막대한 국민 세금이 증발하고 있다.

​매입 속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했다는 ‘패스트트랙’과 ‘절차 일원화’는 결국 부실 매입을 부추기는 독소 조항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철저한 자산 가치 평가와 권리관계 분석이 생략된 채 매입 기한 설정에만 쫓기다 보니, 추후 공공임대주택으로도 활용하기 어려운 악성 매물까지 세금으로 사들이는 꼴이 된다. 법원과의 협의를 통해 경매 속행을 독려하는 행위 역시 시장의 자연스러운 가격 발견 기능을 왜곡하는 처사다.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과정에 투입되는 재원이 결국 국민들이 낸 세금이라는 점이다. 공공주택사업자가 피해자로부터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경·공매에 참여하는 방식은 국가가 사기 범죄의 뒷수습을 세금으로 대위변제해 주는 나쁜 선례를 남긴다. 사기 범죄자가 가로챈 보증금의 구멍을 왜 무고한 일반 국민들의 혈세로 메워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실적 올리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구분 및 기간 매입 실적 및 속도 추이
누적 주택 매입 실적 (‘26.5.26 기준) 총 9,033호 매입 완료
2024년 연간 매입 실적 총 90호 매입
2025년 상반기 실적 월평균 163호 (총 977호)
2025년 하반기 실적 월평균 655호 (총 3,930호)
2026년 1월 ~ 5월 26일 실적 월평균 807호 (총 4,036호)

​■ 높은 부결·기각 문턱, 생색내기식 심의가 낳은 절망

​정부가 생색을 내며 발표한 5월 심의 결과를 보면 세금을 쓰는 대책조차 얼마나 엉성하고 비효율적인지 여실히 드러난다. 위원회가 한 달간 3회나 모여 1,609건을 심의했음에도 최종 가결된 건수는 고작 618건으로 가결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8.4%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991건의 신청자들은 정부 대책만 믿고 기다리다가 행정력 낭비와 정신적 고통만 배로 겪은 셈이다.

​특히 요건 미충족으로 부결된 599건과 이의신청마저 무참히 짓밟힌 194건의 기각 사례는 정부가 만든 특별법의 기준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증명한다. 까다로운 법적 잣대로 정작 구제가 필요한 이들은 걸러내고, 조건에 맞추기 위해 행정 비용만 천문학적으로 소모하는 비능률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누적 처리 건수 중 부결(22.6%)과 이의신청 기각(7.0%)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은 제도의 설계 자체가 잘못되었음을 방증한다.

​정부는 보증보험이나 최우선변제금으로 전액 회수가 가능해 ‘적용 제외’된 198건을 두고 대단한 성과인 양 포장하지만, 이는 이미 기존 제도로 해결될 사안이었을 뿐 이번 특별법 대책의 유용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결국 정부는 세금을 쏟아부어 거대한 위원회 조직과 센터만 비대하게 키웠을 뿐,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을 촘촘하게 구제하지도 못하면서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심의 구분 (5월 한 달 기준) 처리 건수 세부 비고 및 충족 여부
총 심의 건수 1,609건 5월 중 전체회의 총 3회 개최 결과
최종 가결 (피해자등 결정) 618건 신규 579건 / 이의신청 반영 가결 39건
부결 처리 599건 특별법상 피해자 요건 미충족
적용 제외 198건 보증보험 및 최우선변제금으로 전액 반환 가능
이의신청 기각 194건 기존 부결 사유 유지 판단

​■ 경매차익이라는 허상, 10년 뒤 피해자들을 기다리는 벼랑 끝

​정부가 자랑하는 ‘경매차익을 활용한 주거지원’ 대책은 장기적으로 피해자들을 다시 한번 빚더미에 앉히는 눈속임에 불과하다. 정상적인 매입가보다 낮은 낙찰가로 사들여 발생한 차익을 보증금으로 전환해 준다는 발상 자체가 경매 시장의 불안정성에 기대를 거는 위험천만한 행정이다. 만약 경매 시장이 경직되어 차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주택의 경우, 피해자들은 공공임대 거주는커녕 아무런 실질적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된다.

​최대 10년 동안 살 수 있게 해준다는 공공임대 거주 기간 역시 임시방편일 뿐이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퇴거할 때 경매차익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은, 10년 후의 물가상승률이나 자산 가치 변동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발상이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임대주택의 재고를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으로 급하게 채워 넣으면서, 정작 다른 사유로 공공임대 주택이 절실히 필요한 일반 서민들의 입주 기회를 박탈하는 역차별까지 조장하고 있다.

​결국 이 제도는 임차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 근본적인 금융 시스템 구축을 미룬 채, 국가가 일시적으로 방을 내어주고 생색을 내는 조치에 지나지 않는다. 범죄자에게 피해 금액을 강제 환수하거나 계약 시스템을 개혁하는 일에는 손을 놓은 채, 세금을 들여 낙찰받은 집을 임대해 주는 방식으로 시간을 벌고 있는 행정 편의주의의 전형이다.

​■ 소액·비아파트 주택에만 쏠린 피해, 방치된 시장의 시한폭탄

​정부의 누적 통계는 전세사기가 왜 발생했는지 그 원인을 고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헛다리를 짚고 있다. 가결된 피해자의 97.6%가 임차보증금 3억원 이하의 저가 주택에 몰려 있고, 주택 유형도 다세대(28.9%), 오오피스텔(20.8%), 다가구(18.3%) 등 소위 ‘빌라 지대’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소액 임대차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과 건축왕, 빌라왕 등 조직적 사기 범죄를 막을 제도적 방어벽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러한 비아파트 시장의 계약 구조를 뜯어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오직 ‘피해 주택을 사들여 공공임대로 전환하겠다’는 일차원적 대응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사기꾼들이 마음 놓고 빌라왕 행세를 할 수 있도록 방치된 에스크로 제도 도입 미비, 전입신고 당일 효력 발생 문제 등 법적 공백은 수년째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원인은 고치지 않고 결과물인 부실 주택만 세금으로 사들이는 꼴이다.

​피해자의 75.95%가 40세 미만의 청년층이라는 사실은 이 사회가 청년 세대의 주거 사다리를 보호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참담한 성적표다. 사회 초년생들의 경험 부족과 부동산 시장의 어두운 단면을 악용한 범죄가 판을 치는데도, 정부는 사전 예방 교육이나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근본적 법 개정 대신 세금 매입이라는 사후 보상 정책에만 예산을 아낌없이 낭비하고 있다.

피해 분석 기준 주요 집중 분포 통계 (누적 가결 39,121건 기준)
연령별 분포 40세 미만 청년층 75.95% (30대 50.40%, 20대 이하 25.55%)
보증금 규모 3억원 이하 주택이 97.6% (1억~2억원 초과 43.40%, 1억원 이하 41.81%)
지역별 현황 수도권 60.6% 집중 (서울 11,311건, 경기 8,619건, 인천 3,759건, 대전 4,393건)
주택 유형별 다세대주택(28.9%), 오피스텔(20.8%), 다가구주택(18.3%), 아파트(13.4%)

​■ 입증 책임은 피해자에게… ‘보증금 미반환 의도’ 조항의 모순

​특별법의 부결 사유 분석 결과를 보면, 정부의 피해 구제 대책이 얼마나 가식적이고 모순적인지 명백히 탄로 난다. 전체 부결 건수 14,627건 중 무려 68.42%에 달하는 10,008건이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 의도 미충족’으로 인해 구제받지 못하고 쫓겨났다. 사기를 당해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임차인에게 임대인의 속마음(고의성)까지 직접 입증하라는 황당한 법적 의무를 지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독소 조항 때문에 수많은 실질적 피해자들이 법의 테두리 밖으로 밀려나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다수 피해 발생과 미반환 의도를 동시에 입증하지 못해 부결된 3·4호 미충족 건수(29.00%)까지 합하면, 사실상 정부가 까다로운 요건을 방패 삼아 세금 지출을 줄이거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피해자 요건을 충족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인 제도를 과연 정상적인 구제책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적용 제외 사유에서도 자력 회수 가능(44.36%)이나 경·공매 완료 후 2년 경과(30.56%) 등을 이유로 수천 명의 임차인들을 외면하고 있다. 법의 공백 속에서 오랜 기간 고통받으며 경매가 이미 끝나버린 이들은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특별법의 혜택에서 철저히 소외당했다. 사각지대를 메우지 못하는 특별법은 결국 보여주기식 행정의 표본일 뿐이다.

구분 주요 세부 사유 (근거 조항) 건수 (비율)
부결 사유
(총 14,627건)
보증금 미반환 의도 미충족 (특별법 제3조제1항제4호) 10,008건 (68.42%)
다수피해 발생 및 미반환 의도 미충족 (제3조제1항제3·4호) 4,241건 (29.00%)
적용 제외
(총 6,433건)
경매 등을 통해 자력 회수 가능 (제3조제2항제3호) 2,854건 (44.36%)
보증보험으로 보증금 전액 회수 가능 (제3조제2항제1호) 943건 (14.66%)
최우선 변제금으로 전액 회수 가능 (제3조제2항제2호) 670건 (10.42%)

​■ 부처별로 쪼개진 ‘생색내기’ 실적, 알맹이 없는 원스톱 서비스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66,417건의 누적 지원 실적 역시 숫자를 부풀리기 위한 ‘착시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 각 기관(국토부, 행안부, 복지부, 금융위, LH, HUG 등)의 단순 상담 건수와 자잘한 안내 실적까지 전부 끌어모아 마치 엄청난 구제를 해준 것처럼 통계를 왜곡하고 있다. 실상을 뜯어보면 저리 대환대출(4,730건)이나 긴급주거 지원(1,039건) 등 핵심적인 주거·금융 구제는 전체 실적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게다가 ‘원스톱’을 표방하는 전세피해지원센터는 금융 및 긴급복지 등의 핵심 알맹이 서비스는 제외된 채 운영되고 있어 피해자들을 두 번 걸음하게 만드는 ‘징검다리 창구’라는 비판이 자자하다. 소관 기관이 지방법원, 캠코, 시·군·구 세무부서, 5개 시중은행 등으로 사분오열되어 있어, 피로감에 지친 피해자가 직접 서류를 들고 각 기관을 찾아다니며 구걸하듯 지원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다.

​금융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시행되는 대환대출이나 저리대출 역시 결국 피해자에게 ‘빚을 빚으로 갚으라’는 채무 연장 통보일 뿐, 실질적인 피해 자금을 보전해 주는 대책이 아니다. 국민 세금은 세금대로 쓰면서 조직의 덩치만 키우고, 정작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는 또 다른 대출을 권 권유하는 정부의 행태는 주객전도가 따로 없다.

지원 유형 구체적 정부 지원 방안 내용 누적 실적(건수)
임대 및 주거 우선매수권 양도 후 공공임대 매입 요청 13,665건
인근 공공임대 주택 지원 및 긴급주거 지원 5,293건
금융 및 세제 기존 대출 신용정보 등록 유예, 분할상환 및 저리대환대출 13,458건
피해주택 매수 시 지방세 세제 감면 혜택 7,987건
법률 절차 경공매 대행 서비스 및 소송대리 무료 법률지원 5,718건

​■ ‘사정변경’ 빌미로 이의신청 무한 루프 돌리는 무책임한 행정

​정부는 불인정된 임차인들에게 ‘이의신청’과 ‘사정변경 시 재신청’ 기회가 열려 있다며 끝까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초 심의에서 부결된 이들이 이의신청을 제기해도 기각되는 비율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추후 수사 결과 등 사정변경이 생기면 다시 신청하라는 말은 행정 편의적인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 피해자들은 기약 없는 수사 결과만 기다리며 하루하루 피를 말려야 한다.

​진짜 시급한 것은 전세 계약 시 임대인의 체납 세금 정보를 강제 의무 공개하도록 하거나, 전세가율이 높은 위험 주택의 전세대출 자체를 제한하는 등의 ‘사전 차단 대책’이다. 임대차 계약의 위험 요소를 근본적으로 제거하지 않는다면, 세금으로 피해주택을 매입하는 사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밑바닥이 깨진 항아리에 물을 채우기 위해 국민의 혈세를 언제까지 쏟아부을 셈인가.

​정부는 이제라도 실적 쌓기용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경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범죄 예방을 위한 부동산 거래 시스템의 전면적 개혁과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 제도 의무화 등 금융 시스템의 근본적인 수술이 선행되지 않는 한, 주택 매입 대책은 투기꾼들의 설거지를 세금으로 해주는 꼴이라는 역사의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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