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 가사노동 가치 582조원 시대, GDP 22.8% 차지하며 ‘경제의 심장’으로 부상

머니밸류 경제팀 | 2026년 4월 29일

무급 가사노동 가치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확대되며 단순한 보조 활동을 넘어 국가 경제의 실질적인 규모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29일 발표한 ‘2024년 가계생산위성계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대한민국 가정 내에서 이루어진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총 582조 3,94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5년 전인 2019년 대비 20.0%나 급증한 수치이며, 같은 해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인 2,556.9조 원의 약 22.8%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무급 가사노동 가치

■ 582조 원의 압도적 규모, GDP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가계 생산

대한민국 경제의 실질적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도입된 가계생산위성계정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아 GDP에 포함되지 않는 가사노동을 화폐가치로 환산한 지표다. 2024년 기준 가계 생산의 총산출액은 809.4조 원으로, 여기서 식료품 구입비 등 중간소비인 190.3조 원을 제외한 부가가치는 619.1조 원에 이른다. 이 부가가치 중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582.4조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나머지는 가전제품 등의 감가상각비인 고정자본소모 36.7조 원이 구성하고 있다.

명목 GDP 대비 무급 가사노동 가치 비중은 2019년 23.8%에서 2024년 22.8%로 약 1.0%p 하락했다. 절대적 총액은 20%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명목 GDP 성장률이 이를 상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GDP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비중은 가계가 국가 경제 시스템을 지탱하는 거대한 생산 주체임을 방증한다. 특히 1인당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1,125만 원으로 조사되어 국민 1인당 연간 1,100만 원 이상의 가치를 가계 내에서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분류별로 살펴보면 가정관리 항목이 459.5조 원으로 전체 평가액의 78.9%를 차지하며 압도적이었다. 이어서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가 113.6조 원으로 19.5%를 차지했고, 자원봉사 및 참여활동이 9.3조 원으로 1.6% 순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가정관리 중에서는 음식 준비 가치가 192.1조 원으로 가장 컸으며, 청소 및 정리 89.6조 원, 상품 및 서비스 구입 57.2조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주목할 점은 반려동물 및 식물 돌보기의 증가율이 60.4%에 달해 반려동물 양육 인구 증가라는 사회 현상이 통계에 반영되었다는 사실이다.

행동분류 2024년 평가액 (조원) 증감률 (%) 구성비 (%)
무급 가사노동 (전체) 582.4 20.0 100.0
가정관리 459.5 25.8 78.9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 113.6 0.7 19.5
자원봉사 및 참여활동 9.3 24.6 1.6

■ 남성 가사 참여의 확대와 성별 분담 구조의 변화

오랜 시간 가사노동은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으나, 이번 데이터는 남성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4년 남성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156.6조 원으로 5년 전보다 무려 35.3% 급증했다. 반면 여성의 평가액은 425.8조 원으로 규모 면에서는 여전히 남성보다 높지만, 증가율은 15.2%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전체 무급 가사노동 가치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3.8%에서 2024년 26.9%로 3.0%p 상승했다.

남성의 참여 확대는 주로 가정관리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남성의 가정관리는 5년 전보다 43.6% 증가했는데, 이는 가사 분담에 대한 인식 개선이 현장에서 실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남성의 음식 준비 가치는 62.1%나 폭증하며 주방의 풍경이 변하고 있음을 수치로 입증했다. 반면 여성은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가 오히려 4.0%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는데, 이는 출산율 저하로 인한 미성년자 돌봄 수요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1인당 평가액으로 보면 여전히 성별 격차는 선명하다. 여성 1인당 가치는 1,646만 원인 반면, 남성은 605만 원으로 조사되었다. 남성의 증가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절대적인 시간 투입량과 노동의 강도 면에서 여성이 여전히 가계 운영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성별 불균형 해소는 향후 경력 단절 여성의 노동시장 복귀와 저출산 정책 설계에 있어 핵심적인 과제가 될 전망이다.

성별 총 평가액 (조원) 1인당 가치 (만원) 증감률 (%)
남자 156.6 605 35.3
여자 425.8 1,646 15.2

■ 1인 가구 쇼크, 인구 구조의 변화가 바꾼 가사노동 지형도

대한민국 가구 형태의 주류가 된 1인 가구는 무급 가사노동 가치 지형을 가장 극적으로 바꾼 변수다. 1인 가구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2024년 78.9조 원으로 2019년 대비 66.2%라는 폭발적인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2인 가구 40.9%, 3인 가구 22.2%의 증가율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가구원 수별 비중에서도 1인 가구는 13.6%를 차지하며 5년 전보다 3.8%p 비중을 늘렸다.

1인 가구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가 급증한 것은 단순히 가구 수가 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다인 가구의 경우 공동으로 수행하며 얻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만, 1인 가구는 모든 활동을 독자적으로 수행해야 하므로 시간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된다. 특히 1인 가구 내 가사노동 인구 증감률이 33.9%에 달해 다른 가구 형태를 압도하는 모습이 통계로 확인되었다.

반면 과거 중심이었던 4인 이상 가구의 비중은 줄어들었다. 4인 가구의 비중은 2019년 29.9%로 가장 높았으나, 2024년에는 25.3%로 하락하며 3인 가구 28.5%에 1위 자리를 내주었다. 5인 이상 가구는 아예 11.3% 감소하며 전통적인 대가족 형태의 해체가 명확히 확인되었다. 이는 국가 정책이 소규모 가구의 가사 부대비용을 경감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 취업자의 이중고, 워라밸 없는 노동의 실체 분석

취업 여부별 통계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겪는 이중 노동의 실태를 보여준다. 2024년 취업자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284.9조 원으로 비취업자 297.4조 원보다 총액은 적지만, 증가율 면에서는 취업자 25.4%가 비취업자 15.1%를 크게 앞질렀다. 이는 경제 활동에 참여하면서도 가정 내에서 창출하는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남성 취업자의 변화가 눈부시다. 취업한 남성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5년 전보다 32.7% 증가하며 가사 활동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여성 취업자 역시 21.7% 증가해 직장과 가정을 병행하는 고충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취업자의 가사노동 비중이 전체의 48.9%까지 상승한 것은 우리 사회가 일·가정 양립을 위해 투입하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 상당함을 나타낸다.

주목할 만한 것은 취업자의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 증가율이다. 비취업자의 돌봄 가치는 6.9% 감소한 반면, 취업자의 돌봄 가치는 9.3% 증가했다. 이는 전업주부의 돌봄은 줄어드는 반면, 맞벌이 부부가 수행하는 돌봄의 밀도가 높아졌거나 취업자들이 직접 수행하는 돌봄 노동의 가치가 상승했음을 시사한다.

취업여부 평가액 (조원) 증감률 (%) 비중 (%)
취업자 284.9 25.4 48.9
비취업자 297.4 15.1 51.1

■ 미혼 인구의 급증, 가사노동의 개인화 가속

혼인 상태별 통계는 미혼 인구 증가가 무급 가사노동 가치 시장에 가져온 충격을 담고 있다. 미혼자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70.6조 원으로 2019년 대비 무려 56.0%나 증가했다. 여전히 기혼자가 전체의 87.9%를 차지하며 절대적이지만, 미혼자의 증가 속도는 기혼자 16.3%의 3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특히 미혼 남성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 증가율은 68.7%로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혼자 사는 남성들이 직접 음식을 준비하거나 주거 환경을 관리하는 비중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미혼자의 음식 준비 가치는 72.4%, 청소 및 정리는 79.0% 증가하며 자기 관리에 철저한 미혼 가구의 특성이 통계에 반영되었다.

반면 기혼 가구의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는 0.1% 증가에 그쳐 사실상 정체 상태다. 이는 초저출산 여파로 인해 기혼 가구 내 미성년자 돌봄 가치가 1.9% 감소했기 때문이다. 대신 기혼자의 성인 돌보기가 17.3% 증가하며 고령 부모 간병 등 노인 돌봄이 기혼 가구의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지역별 무급 가사노동 가치의 명암과 세종시의 약진

지역별 무급 가사노동 가치에서는 경기도 비중이 160.2조 원으로 가장 컸으며, 서울이 102.2조 원으로 뒤를 이었다. 대한민국 전체 상당 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셈이다. 경기도의 경우 5년 전보다 25.9% 증가하며 인구 유입에 따른 가계 생산 활동의 활력을 증명했다.

주목할 지역은 증가율 1위를 기록한 세종특별자치시다. 세종시는 5년 사이 42.3%나 폭증했다. 이는 젊은 층의 유입과 더불어 미성년자 비중이 높은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세종시는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 증가율에서도 타 지역을 압도한다. 제주도 28.9%와 충남 27.8% 역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서울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 증가율은 12.6%에 그쳐 전국 평균 20.0%에 크게 못 미쳤다. 이는 서울의 높은 주거비 부담으로 인해 인구가 외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통계에 투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대전 12.4%와 충북 8.8% 등 일부 지역 또한 낮은 증가율을 보이며 지역 간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격차가 발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주요 지역 평가액 (조원) 증감률 (%) 전국 비중 (%)
경기 160.2 25.9 27.5
서울 102.2 12.6 17.5
세종 4.9 42.3 0.8
제주 7.7 28.9 1.3

■ 가계 생산의 가치 인정과 정책적 패러다임 전환

2024년 가계생산위성계정 결과는 우리에게 중요한 정책적 질문을 던진다.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평가되어 온 무급 가사노동 가치가 실제로는 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거대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계를 생산의 주체로 인식해야 함을 말해준다. 특히 무급 돌봄노동의 경력 인정이나 조부모 육아수당 도입과 같은 논의들이 이제는 구체적인 데이터 근거를 갖게 되었다.

나아가 1인 가구와 취업자의 부담 급증은 국가 차원의 지원 서비스 산업 육성 필요성을 역설한다. 가계 내부에서 수행되는 노동의 일부를 시장 서비스로 전환할 경우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동시에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급증하는 성인 돌보기는 향후 공공 돌봄 체계가 가계의 부담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 될 것임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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