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자산 격차에 소득 불평등 가세한 ‘가계 복합 양극화’, 한국 경제 구조적 침체 유도한다

​머니밸류 경제팀 | 2026년 6월 16일

​대한민국 경제가 자산 불평등의 고착화와 소득 분배 악화가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는 ‘가계 복합 양극화’라는 중대한 구조적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 한국은행 조사국이 발표한 최신 이슈노트 ‘우리 경제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영향’에 따르면, 과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 기인했던 소득 격차 중심의 불평등 구조가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과 디지털 기술 변혁(AI)이 결합된 다차원적 복합 양극화 형태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구조적 격차는 경제 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청년층의 경제적 기반을 무너뜨려 거시경제 전반의 생산성과 내수 활력을 제약하는 치명적인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 자산·소득 동시 악화, 복합 양극화의 실태

​부동산 가격 폭등이 유발한 자산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일시적으로 개선 흐름을 보이던 소득 분배마저 다시 악화되는 양상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대한민국 순자산 지니계수는 지난 2017년 0.584로 저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타며 2025년 기준 0.625까지 급상승했다. 지니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우리 사회의 자산 편중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으로 고착화되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여기에 그간 정부의 강력한 재분배 정책 효과로 하락 추세에 놓여있던 처분가능소득 기준 소득 지니계수 역시 2023년 0.323에서 2024년 0.325로 반등하며 소득 불평등 또한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 같은 불평등의 재확대는 산업 간 성장의 과실이 불균등하게 배분되는 이른바 ‘K자형 성장’에서 비롯되었다. 최근의 경기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는 IT 제조업 부문은 급격한 혁신과 성과급 중심의 급여 인상으로 임금 수준이 가파르게 상승한 반면, 전통적인 도소매업, 건설업 등 비IT 산업군은 성장 정체와 임금 상승 제한이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과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고용 형태별 이중구조가 불평등의 주원인이었다면, 이제는 어떤 산업 생태계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소득 격차가 결정되는 산업 간 양극화 양상이 뚜렷해진 셈이다. 결과적으로 고착화된 자산 격차의 기반 위로 기술 변혁이 가져온 소득 불평등이 얹어지면서 가계 복합 양극화가 한층 더 공고해지는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문제는 소득 불평등의 재확대가 기존의 자산 양극화를 더욱 단단하게 고정하는 연결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높은 시장소득을 올리는 고자산 가구는 풍부한 잉여 자금을 바탕으로 자산 축적의 속도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반면, 자산 기반이 전무한 저소득 가구는 한정된 수입 속에서 급등한 주거비를 감당하느라 저축이나 투자를 통한 자산 형성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제 전체적으로 부의 분배 효율성이 마비되고 계층 간 이동을 가능케 하던 경제적 사다리가 완전히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 가계 복합 양극화는 단순한 일시적 경기 변동의 부산물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구조적 걸림돌로 확정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계정 2006
가계 복합 양극화

​■ 부동산 가격 상승과 자산 불평등의 구조화

​대한민국 가계 자산 격차를 심화시킨 핵심 동학은 단연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변동과 우상향 기조다. 오랜 기간 완만하게 움직이던 국내 주택매매가격은 팬데믹 시기의 유동성 과잉 공급과 맞물려 급등세를 연출했고, 이후 일시적인 조정기를 거쳤으나 최근 다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자산 가격 상승 동력이 재점화되었다. 베이지안 VAR(벡터자기회귀) 모형을 통해 주택 가격 변동 충격이 자산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 분석한 결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충격은 단기에 소멸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순자산 지니계수를 끌어올리는 강력한 기조성을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부동산 자산 유무가 가계의 경제적 계급을 가르는 결정적 잣대가 된 셈이다.

​구체적인 지표를 살펴보면 부동산을 보유한 가구와 그렇지 못한 무주택 가구 간의 실질 순자산 격차는 주택가격 지수의 등락곡선과 정확히 궤를 같이하며 확대를 거듭해 왔다. 여기에 더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지역별 주택가격 양극화까지 가세하면서 지역 간 자산 격차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벌어졌다. 무엇보다 심각한 지점은 세대 간의 자산 불평등 확산이다. 생애주기상 자산 성장의 수혜를 입은 고연령층은 대규모 부동산 자산을 선점하는 데 성공했으나,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거나 경제활동 초기에 처한 청년 세대는 부동산 자산 시장에 진입조차 하지 못하면서 세대 간 자산 불평등이 구조적 장벽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주요 자산 및 소득 양극화 지표 과거 저점 및 기준년도 (2017년) 최신 조사 기준치 (2024~2025년) 경제 구조적 파급 영향 및 특징
순자산 지니계수 0.584 0.625 부동산 가격 상승이 불평등 고착화 주도, 세대 간·지역 간 자산 격차 대폭 확대
소득 지니계수 (처분가능) 0.323 (23년) 0.325 (24년) 정부 재분배 정책 효과 상쇄, IT-비IT 산업 간 K자형 임금 격차로 반등 전환
빈곤 1분위 내 청년층 비중 7.9% (20년) 15.2% (25년) 순자산·소득 동시 1분위인 가구 중 2030 가구 비중 폭증, 청년층 위상 급락

​이처럼 주택 자산이 주로 고령층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은 가계 복합 양극화를 장기적으로 고착화하는 가장 위험한 요인이다. 전체 순자산에서 60대 이상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과 순자산 상위 4·5분위 내 고령층 비중은 인구 고령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치솟아 이른바 ‘자산의 고령화’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게다가 고령층 내부에서의 세대 내 자산 불평등 역시 젊은 연령층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는데, 이처럼 고령층에 잠겨 있는 대규모 자산과 그 안의 극심한 격차는 상속과 증여라는 부의 대물림 경로를 통과하면서 아무런 노력 없이 자산 불평등이 세대를 넘어 유전되는 폐단을 낳고 있다.

​■ 청년층을 직격한 ‘자산 형성 사다리’의 붕괴

​가계 복합 양극화가 초래한 가장 비극적인 결과 중 하나는 청년층 내에서 열심히 일해 높은 소득을 올리더라도 자산가로 발돋움하지 못하는 계층이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소위 해외에서 ‘HENRY(High Earners, Not Rich Yet·고소득이나 아직 부자는 아닌 계층)’라 불리는 이들이 국내 청년 세대에서도 대거 관측되고 있다. 통계 분석에 따르면 청년층(20~34세) 내부에서 고소득(소득 4·5분위)이면서 동시에 고자산(순자산 4·5분위)에 속하는 가구의 비중은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하락세를 걷고 있다. 이는 청년들이 노동 시장에서 아무리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높은 연봉을 받더라도, 이미 폭등해 버린 부동산 자산 장벽을 근로소득만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음을 방증한다.

​실제로 자산 기반이 취약한 청년층의 상위 자산계층 이동 확률을 기간별로 추적해 보면 불평등의 덫이 얼마나 공고해졌는지 명확히 드러난다. 과거에 비해 저자산·중상위소득 청년층이 자산 상위 분위로 진입하는 ‘상승 이동 확률’은 확연하게 저하된 반면, 기존 자산 분위에 머무르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비율은 크게 늘어났다. 근면 성실하게 일하면 부를 쌓고 계층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이른바 ‘자산 형성 사다리’가 청년 세대 내부에서 완전히 작동을 멈춘 것이다. 노동의 가치가 자산 가격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청년들의 좌절감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청년 세대 내부는 물론 경제 활동 주체들의 전반적인 위상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소득과 순자산이 모두 최하위 등급인 1분위에 속하는 극빈 가구들을 연령대별로 전수 조사한 결과, 놀랍게도 다른 모든 연령대에서는 그 비중이 감소하거나 정체된 반면 오직 20대와 30대 청년층 가구의 비중만 가파르게 증가하는 기현상이 확인되었다. 순자산·소득 모두 1분위인 가구 중 20~30대 청년층 비중은 지난 2020년 7.9% 수준에 불과했으나, 2025년에 이르러서는 15.2%로 무려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무주택·청년 가계가 경제적 빈곤의 최전선으로 밀려나며 국가 경제의 허리가 부실해지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음이다.

​■ AI 기술 변역과 K자형 소득 양극화의 전개

​부동산이 자산 격차의 주범이라면,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인공지능(AI) 중심의 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소득 양극화를 촉발하는 거대한 방전판이다. 혁신 기술의 도입과 고도화는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그 과실이 특정 첨단 산업이나 숙련된 고자본·고학력 노동자에게만 집중된다는 치명적인 그늘을 지닌다. 앞서 언급한 IT와 비IT 산업 간의 K자형 성장 격차 역시 AI 생태계를 선점한 거대 IT 기업들과 관련 종사자들의 소득이 천문학적으로 치솟는 동안, 기술 도입 속도가 늦거나 대면 서비스 중심의 전통 산업군은 철저히 소외되면서 소득 양극화 고조에 불을 지폈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AI 기술의 확산이 로봇 기술(Physical AI)의 발전과 실무적으로 결합되면서 저소득층과 경력 초기 단계(Entry-level)에 위치한 청년층의 일자리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행 조사국의 AI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가구의 소득 분위가 낮을수록 자신의 현재 업무와 직무가 향후 AI에 의해 대체되어 실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력하게 우려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면 고소득 가구일수록 AI를 업무 보조 도구로 적극 활용하며 생산성을 높이고 있었다. 소득 수준에 따른 ‘AI 활용률 및 대체 위험도’의 불균형은 기술 혁신이 불평등을 치유하기는커녕 계층 간 소득 격차를 한층 더 벌리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가계 복합 양극화 관련 계층별 경제적 특징 및 영향 고소득 계층 (High Income) 저소득 계층 (Low Income)
고자산 가구
(Asset-Rich)
■ 경제 전체의 고소득·고자산 의존도 증가
■ 재량재 지출 비중 심화로 변동성 및 경기 진폭 확대
LIRO (Low Income asset-Rich Older) 군 형성
■ 부동산 자산 집중되나 유동성 부족으로 소비 제한
저자산 가구
(Asset-Poor)
HENRY (High Earners, Not Rich Yet) 청년층 확산
■ 진입장벽 가중으로 부채 급증 및 경제 취약성 확대
무주택·청년 취약층 중심 직격탄
■ 주거비 부담 가중, 근로의욕 하락 및 결혼·출산 제약

​세대별 고용 데이터를 뜯어보면 이러한 기술 변화의 냉혹함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생성형 AI 모델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된 이후, AI 노출도가 높은 고기술·고숙련 업종에서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동일 업종 내 50대 이상 장장년층 취업자 수는 오히려 증가하는 ‘연공편향적 기술변화(Seniority-biased technical change)’ 양상이 뚜렷하게 관측되었다. 이는 기업들이 AI 도입 과정에서 숙련된 기존 시니어 인력은 유지하되, 주니어 수준의 청년 신규 채용을 극단적으로 축소했기 때문이다. 기술 변혁의 충격파가 청년층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소득 안정성을 훼손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 국가 총요소생산성 저하와 ‘자산 잠김’의 경제적 비용

​이 같은 자산과 소득의 가계 복합 양극화는 단순히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지 못하는 도덕적 문제를 넘어, 국가 거시경제 전반의 기초체력과 잠재 성장률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무엇보다 자산 불평등의 확대는 경제 내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가로막아 국가 전체의 총요소생산성(TFP)을 심각하게 저하시킨다. 자산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재능 있는 유망주나 혁신 가들이 자금 조달에 실패하는 반면, 자산을 선점한 기득권층은 위험한 혁신 투자나 기술 개발 대신 손쉬운 부동산 임대업이나 자산 가격 변동을 이용한 지대추구 행위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패널 데이터(120개국)를 활용해 동태적 패널 시스템 GMM 방식으로 실증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산 상위 10%의 부 보유 비중이 1%p 상승할 경우 2년 후 국가의 총요소생산성은 0.16% 하락하는 것으로 고스란히 입증되었다. 한국의 경우 상위 10%의 순자산 점유율이 2022년 43.0%에서 2025년 46.1%로 불과 3년 사이에 3.1%p나 급상승했다. 이 실증 모형을 대입하면 우리 경제는 자산 불평등 심화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수준의 잠재적 생산성 손실을 입고 있는 셈이며, 이는 향후 고령화와 맞물려 장기 저성장을 고착화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가패널 실증분석 결과 (총요소생산성 결정식) 추정 계수 (Coefficient) 표준오차 (Standard Error)
로그 총요소생산성 (t-1) 0.9276*** (0.0896)
자산 상위 10% 보유 비중 (t-1) -0.00002 (0.0008)
자산 상위 10% 보유 비중 (t-2) -0.0016** (0.0008)
관측치 수 (국가 수) 5,028개 (120개국 패널 분석 데이터)
주: *** p<0.01, ** p<0.05. 자산 상위 10% 점유율 1%p 상승 시 총요소생산성(TFP) 0.16% 하락 유의미 도출.

​더욱이 고령화와 결합된 부동산 중심의 부의 구조는 자원의 유동성을 마비시키는 ‘자산 잠김 현상(Wealth lock-in)’을 심화시킨다. 은퇴한 고령층이 장수 리스크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보유한 부동산과 금융 자산을 시장에 내놓지 않고 예금 위주로 무겁게 걸어 잠그면서 자금의 순환 속도가 급격히 둔화되는 것이다. 인구 고령화를 한 발 앞서 경험한 일본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일본은 고령의 부모가 고령의 자녀에게 부를 넘겨주는 ‘노노상속(老老상속)’이 보편화되면서 피상속인의 70% 이상이 80세 이상인 자산 잠김 문제를 겪었고, 이는 청년층의 초기 자산 형성을 막아 생애 소득을 저하시키는 비효율을 낳았다. 한국 역시 이 경로를 그대로 답습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

​■ 내수 소비 위축과 거시경제적 취약성 확대

​가계 복합 양극화의 또 다른 거시적 폐해는 경제의 한 축인 민간 소비와 내수 활력을 원천적으로 위축시킨다는 점이다.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주거비 부담 가중은 가계 전체의 재량지출 여력을 극단적으로 압착한다. 특히 한계소비성향(소득이 늘었을 때 소비에 쓰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저소득층과 주거비 부담이 급증한 청년 가구에서 소비 위축 현상이 두드러진다. 무주택 청년들의 경우 내 집 마련이라는 높은 진입 장벽을 넘기 위해 과도하게 저축을 늘리거나 소득의 대부분을 임차료와 대출 원리금 상환에 쏟아부어야 하므로, 경제 전체의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할 여력이 고갈될 수밖에 없다.

​반면 부의 대부분을 움켜쥐고 있는 고자산·고령층의 경우 자산이 늘어나도 소비를 추가로 늘리는 효과인 ‘자산 효과(Wealth effect)’가 하위 계층에 비해 현저히 낮다. 특히 고령층 자산가 중 상당수는 부동산이라는 실물 자산 형태로 부를 보유하고 있어 당장 쓸 수 있는 현금 흐름이 부족한 ‘LIRO(Low Income asset-Rich Older·고자산-저소득 고령층)’에 해당한다. 결국 자산은 소비를 하지 않는 상위 계층과 고령층에 묶여 잠자고 있고, 정작 돈을 쓸 의지가 강한 청년층과 저소득층은 돈이 없어 지갑을 닫으면서 국내 소비 시장과 내수 경기는 만성적인 활력 저하와 악성 불황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된다.

​여기에 가계 전반의 취약성 확대라는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배가된다. 소득과 자산이 극도로 편중된 경제 구조는 대외 충격이 발생했을 때 가계 부문 전체의 충격 완충 능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 자산을 많이 가진 상위 계층의 소비는 주로 변동성이 큰 사치재나 재량재에 몰려 있어, 경기 하강 국면에서 이들이 지갑을 닫으면 경기 변동의 진폭이 더욱 확대되는 부작용을 낳는다. 반대로 하위 청년층 가계는 주거비 마련과 무리한 자산 투자(영끌) 과정에서 금융부채 비율을 소득 대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끌어올려 놓았기 때문에, 금리 변동이나 고용 충격 등 미세한 거시경제적 타격에도 가계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상태다.

​■ 근로의욕 상실과 출산율 하락 등 사회제도적 재앙

​마지막으로 가계 복합 양극화는 계량화하기 힘든 막대한 구조적 사회 비용을 우리 사회에 부과한다. 성실하게 일해서 버는 근로소득만으로는 이미 저 멀리 달아나 버린 부동산 자산 격차를 결코 좁힐 수 없다는 집단적 무력감과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노동의 가치가 폄훼되고 청년 세대의 근로의욕이 송두리째 꺾이고 있다. 청년층의 성취에 대한 불만족 원인을 조사한 설문에서 ‘부동산 폭등’과 ‘주거비 부담’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결과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가상자산이나 주식 리딩방 등의 한탕주의 투자 열풍과 청년들의 근로 기피 현상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증명한다.

​이러한 노동 가치의 상실과 사회적 신뢰의 붕괴는 계층 간, 세대 간 갈던 가열로 이어져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강력한 원인이 된다. 더욱 심각한 국면은 가계 복합 양극화의 유탄이 대한민국의 인구 구조 자체를 소멸 단계로 몰고 가고 있다는 점이다. 살인적인 주거비용과 자산 형성의 한계에 부딪힌 청년 가구들은 생존을 위해 연애와 결혼, 나아가 출산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다. 수많은 국내외 실증 분석에서도 도시 지역의 실질 주택 가격 및 임대 비용이 상승할수록 혼인율과 출산율이 정비례하여 급락하는 음의 상관관계가 명확히 입증된 바 있다. 불평등이 인구 소멸이라는 종말적 국가 위기를 가속화하는 주범인 셈이다.

​따라서 이제는 과거 방식의 단순한 현금성 사후 재분배 정책이나 한시적인 생계비 지원 수준의 대증요법으로는 이 거대한 복합 양극화의 물결을 막아낼 수 없다. 누적된 부의 격차와 기술 변혁의 속도를 제어하고 구조적인 생산성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자산 형성과 소득 창출 전반을 아우르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가계의 부동산 편중 자산을 벤처나 혁신 기업 등 생산적 부문으로 흐르도록 자본 선순환 체계를 유도하고, AI 기술 변역에 맞춰 전국민적 디지털 적응력을 키우는 교육 혁신 및 조세 기반 재설계가 동반되어야 한다. 아울러 방산, 원전, 조선 등 신성장 비IT 산업을 강력히 육성해 성장의 과실이 경제 생태계 전반으로 골고루 퍼져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분수 효과를 복원해 내야만 한국 경제가 공멸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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