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밸류 경제팀 | 2026년 5월 1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SI(시스템 통합) 업체의 고질적인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을 겨냥해 두산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단행했다. 2026년 5월 10일, 공정위는 ㈜두산이 시스템 개발 및 관리(SI) 용역을 위탁하면서 계약 서면을 미발급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2억 3,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두산 하도급법 위반 조치는 단순한 일회성 제재를 넘어, 현 정부가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인 첨단산업 분야의 불공정 거래 질서 바로잡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 ㈜두산 하도급법 위반 실태와 공정위의 판단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두산은 지난 2022년 1월 2일부터 2024년 10월 21일까지 약 2년 8개월 동안 182개 수급사업자에게 총 516건의 SI 용역을 위탁하면서 하도급법의 가장 기본이 되는 ‘서면 발급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용역을 수행하기 전, 하도급대금과 지급방법 등이 명시된 계약 서면을 반드시 전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후에 발생할 수 있는 대금 분쟁을 예방하고 상대적으로 약자인 수급사업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안전장치다.
하지만 두산은 용역 수행이 시작된 이후에도 짧게는 1일에서 길게는 무려 291일이 지나서야 계약서를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전체 계약 건수 1,473건 중 약 35%에 달하는 516건이 이러한 위반 사례에 해당하며, 관련 하도급 대금 규모만 408억 원에 육박한다. 공정위는 위반 기간이 장기적이고 위반 건수가 방대하다는 점, 그리고 2023년 기준 매출액 9,870억 원인 두산과 평균 매출액 125억 원 수준인 수급사업자 간의 현격한 사업 규모 차이를 고려해 과징금 부과라는 엄중 조치를 내렸다.
이와 더불어 ㈜두산은 계약 서면의 필수 기재 사항을 누락하거나 모호하게 작성하는 ‘불완전 서면 발급’ 행위로도 지적을 받았다. 13개 사업자에게 위탁한 18건의 용역 계약에서 대금 지급 기일이나 검사 시기 등을 “중간검수 완료 후”와 같이 불분명하게 기재함으로써 수급사업자가 대금을 언제 받을지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하도급법상 의무적으로 3년간 보존해야 하는 과업지시서 등 필수 서류를 보존하지 않은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기업 경영의 투명성 부족이 도마 위에 올랐다.
| 수급사업자 | 위반건수 | 지연일수 | 평균지연일수 |
|---|---|---|---|
| 182개사 | 516건 | 1일 ~ 291일 | 26일 |
■ 국내 SI 시장의 성장과 고속화된 내부거래 비중
국내 SI 시장은 정보기술(IT) 산업의 중추로서 매년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5년 기준 국내 SI 시장의 총 생산액은 약 56조 원 규모로, 전체 소프트웨어 시장의 57.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5년간 연평균 6.5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게임 소프트웨어나 패키지 소프트웨어 분야를 앞지르는 성장 동력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양적 성장은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가속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성장 지표 이면에는 대기업 그룹사 중심의 폐쇄적인 거래 구조라는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현황에 따르면 SI 업종의 내부거래 비중은 무려 60.7%(12.3조 원)에 달한다. 이는 최근 5년간 국내 모든 업종 중 내부거래 비중 순위에서 1~2위를 다투는 수준이다. 대기업들이 계열사 IT 시스템 구축을 위해 자사 SI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해당 SI 업체는 다시 중소 업체에 하청을 주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하도급법 위반 가능성도 상존해 왔다.
공정위는 이러한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서면 미발급’ 관행이 SI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원사업자가 계약서를 제때 주지 않으면 수급사업자는 용역 내용이 변경되거나 추가 작업이 발생해도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기 어렵고, 대금 지급 시기가 미뤄져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이번 두산에 대한 조치는 시장 지배력을 가진 대기업 소속 SI 업체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해 온 불공정 거래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 분야 | 2024년 생산액(억원) | 2025년 생산액(억원) | 연평균 증가율 |
|---|---|---|---|
| 시스템 개발·관리(SI) | 527,773 | 562,495 | 6.58% |
| 소프트웨어 전체 | 927,130 | 977,596 | 5.44% |
■ 정부의 하도급법 집행 의지와 향후 조사 방향
이번 ㈜두산에 대한 제재는 공정위가 2024년 10월 실시한 5개 주요 SI 업체 직권조사의 마침표를 찍는 사례다. 공정위는 그동안 두산을 포함해 디비아이엔씨, 케이티디에스, 한진정보통신, 에스케이 등 업계 상위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조사를 벌여왔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일탈을 잡는 것이 아니라, 업계 전반에 퍼져 있는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투영된 결과다.
정부는 특히 첨단산업 분야에 전문화된 조사 역량을 집중 투입하여 수급사업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관행을 시정할 계획이다.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 신산업하도급조사과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앞으로도 조사 역량을 집중 투입할 계획임을 밝혔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서비스를 다루는 특성상 과업 범위가 모호해지기 쉬워 서면 계약의 중요성이 다른 업종보다 크다. 따라서 정부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상시적인 점검 체계를 가동하여 공정한 하도급 거래질서를 확립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향후 다른 대기업 계열 SI 업체들에게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하도급법 위반은 단순 과징금 부과를 넘어 기업의 ESG 평판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법 위반 행위 적발 시 엄중한 제재를 통해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특히 상위 SI 사업자 중 일부는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등을 통해 조사 대상에서 면제받기도 하나,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예외 없는 감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항목 | ㈜두산 (2023년) | 수급사업자 평균 |
|---|---|---|
| 매출액 | 9,870억 원 | 125억 원 |
■ ‘선공사 후계약’ 관행, 왜 사라지지 않는가?
SI 업계에서 용역 수행 시작 전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는 관행이 지속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프로젝트의 긴급성과 변동성 때문이다. IT 프로젝트는 초기 설계 단계와 실제 개발 과정에서 요구 사항이 수시로 변경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원사업자들은 최종 과업이 확정되기 전까지 계약 체결을 미루며 수급사업자에게 일단 일부터 시작하라는 식의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수급사업자 입장에서는 향후 지속적인 일감 확보를 위해 이러한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다.
또한, 대기업 소속 SI 업체들의 행정적 편의주의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계열사로부터 수주한 프로젝트를 여러 하청업체에 발주하는 과정에서 계약 행정 업무가 지연되는 사례가 잦다. 하지만 법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역 수행 시작 전 서면 발급’이라는 대원칙을 예외로 두지 않는다. ㈜두산의 사례에서 보듯, 지연 일수가 평균 26일에 달하고 최대 291일까지 늦춰진 것은 단순한 행정 착오를 넘어선 구조적인 방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행은 결국 하도급 대금 분쟁으로 이어진다. 계약서가 없는 상태에서 작업이 진행되면, 나중에 대금을 정산할 때 원사업자가 당초 약속했던 금액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하거나 추가 작업에 대한 대가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번 공정위의 제재는 이러한 비대칭적 관계를 법적으로 강제 교정하겠다는 신호탄이다. ‘계약서 없는 업무 지시는 불법’이라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자리 잡아야만 비로소 진정한 상생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 불완전 서면과 서류 미보존이 불러오는 리스크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두산의 위반 행위 중 주목할 점은 ‘불완전한 서면 발급’이다. 단순히 계약서를 늦게 준 것뿐만 아니라, 준 계약서조차 내용이 부실했다는 점이다. 대금 지급 조건을 기재하면서 “중간검수 완료 후”라고 적시한 것은 하도급법이 요구하는 명확한 지급 기일 산정 기준을 위반한 것이다. 검사를 언제 할지, 검사 방법은 무엇인지가 빠진 계약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
이러한 불투명한 계약 관행은 원사업자에게는 대금 지급을 늦출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수급사업자에게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SI 용역의 특성상 대금 지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중소 업체들은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된다. 공정위가 비록 이번 건에 대해 법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해 경고 조치에 그쳤지만, 이를 위법으로 명확히 규정한 것은 향후 계약서 작성 시 매우 구체적인 기준을 기재해야 함을 시사한다.
또한, 서류 보존 의무 위반 역시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하도급법은 거래 종료 후 3년간 하도급거래에 관한 서류를 보존하도록 강제하고 있는데, 이는 사후 분쟁 발생 시 원만한 해결을 위한 증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두산이 과업지시서 등 필수 서류를 보존하지 않은 행위는 수급사업자의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디지털 데이터 관리가 핵심인 SI 업체가 정작 법정 보존 서류를 누락했다는 사실은 내부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 정부의 집요한 감시 체제와 기업의 대응 전략
현 정부의 공정거래 정책은 ‘첨단산업’과 ‘민생’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SI 시장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직결되는 분야이자, 수많은 IT 중소기업의 생존이 걸린 현장이기도 하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를 시발점으로 삼아, 하도급 실태조사 범위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기업들은 단순히 법 위반을 피하는 수준을 넘어, 선제적으로 공정거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공정위는 앞으로도 법 위반 행위 적발 시 엄중한 제재를 통해 공정한 하도급 거래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두산과 같은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표준하도급계약서를 도입하고 계약 시스템을 전산화하여 실시간으로 법적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사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도급법 교육을 강화해 ‘관행’이라는 이름의 위법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공정위의 ㈜두산 제재는 대한민국 SI 업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하도급법 집행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며,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처할 방침이다. 대기업들은 이제 ‘내부거래’의 편안함에서 벗어나, 공정한 시장 경쟁과 상생의 가치를 실천해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SI 업계의 투명한 하도급 문화 정착은 한국 IT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기초 토양이 될 것이다.
| 위반 구분 | 위반 내용 | 공정위 조치 |
|---|---|---|
| 서면 미발급 | 용역 수행 전 하도급 계약서 미교부 (516건) | 시정명령, 과징금 2.3억 원 |
| 불완전 서면 발급 | 대금 지급기일, 검사 시기 등 필수사항 누락 | 경고 |
| 서류 보존 의무 위반 | 과업지시서 등 필수 서류 미보존 (9건) | 경고 |
■ 하도급법 준수,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
㈜두산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 과징금 부과는 SI 시장의 공정 거래 질서 확립을 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다. 대기업 집단 소속이라는 이유로, 혹은 업계의 오랜 관행이라는 이유로 묵인되어 왔던 서면 미발급 행위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시대가 왔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프트웨어 분야 전반에 걸친 불공정 행위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특히 신산업 분야에서의 갑질 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향후 기업들은 하도급법 준수를 경영의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 특히 용역 수행 전 계약 서면 발급이라는 기본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대금 지급 기일과 검사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불필요한 분쟁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또한, 법정 서류 보존 의무를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정부의 집요한 감시와 엄격한 법 집행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며, 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의 신뢰를 잃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결국, 공정한 하도급 거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존하는 건강한 산업 생태계의 밑거름이다. 이번 두산 사례가 SI 업계 전반의 자정 작용을 촉발하고, 나아가 대한민국 첨단산업이 투명하고 공정한 질서 위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머니밸류 경제팀은 앞으로도 정부의 하도급법 집행 동향과 기업들의 대응 과정을 면밀히 추적 보도할 것이다.
■ 참고 자료 및 함께 보면 좋은 글
[참고 자료]
[함께 보면 좋은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