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과천 “결사반대” vs 정부 “공급 강행”… 삐걱대는 1.29 대책, 해법은 없나

1.29 주택공급 대책

머니밸류 경제팀 | 2026년 2월 4일

카테고리: 부동산·정책

​정부가 수도권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야심 차게 내놓은 **’1.29 주택공급 대책’**이 발표 직후부터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서울 용산 정비창(국제업무지구)과 과천 경마공원 등 이른바 ‘노른자위’ 땅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 구상에 대해, 해당 지자체장들과 지역 주민들이 “도시 기능을 말살하는 졸속 행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민간 임대 시장의 핵심 축인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규정하고 옥죄면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무리한 공공 주도 공급을 밀어붙이다가 사회적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정부 1.29 주택공급 대책 “도심 내 6만 호 공급”… 용산·과천에 ‘물량 폭탄’ 예고

​정부는 지난달 29일,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통해 수도권 도심 유휴부지와 노후 청사 등을 활용해 총 6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1.29 주택공급 대책은 지난해 발표한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후속 조치로, 수요가 높은 도심지에 집중적으로 물량을 쏟아부어 집값을 잡겠다는 의도다.

​이번 1.29 주택공급 대책의 핵심은 서울 용산과 경기 과천이다. 정부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내 주택 공급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4,000호 늘린 1만 호로 확대하고, 과천 주암동 일대 경마공원(렛츠런파크)과 방첩사령부 부지를 통합 개발해 9,8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태릉CC(6,800호), 캠프킴(2,500호) 등 굵직한 사업지들이 포함되었다.

구분 주요 대상지 공급 물량 (단위: 호) 비고
서울 (용산권) 용산국제업무지구 10,000 (기존 6천+4천) 용적률 상향, ’28년 착공 목표
서울 (용산권) 캠프킴 2,500 (기존 1.4천+1.1천) 녹지 기준 합리화
서울 (기타) 태릉CC 6,800 세계유산영향평가 진행 중
경기 (과천) 과천 경마장·방첩사 9,800 시설 이전 후 통합 개발
**합계** **수도권 주요 도심지** **약 60,000** **국유지, 공공기관 부지 등 활용**

​국토교통부는 이번 1.29 주택공급 대책이 “지하철 옆, 일자리 옆, 문화 옆”이라는 원칙 아래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라며, 2027년 착공을 목표로 속도전을 예고했다. 하지만 ‘속도’를 강조하는 정부의 드라이브는 즉각적인 ‘제동’에 걸렸다.

​■ 오세훈 “용산 국제업무지구 기능 훼손… 절대 불가”

​가장 먼저 반기를 든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오 시장은 6일 용산구를 지역구로 둔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과의 면담에서 정부의 용산 1만 호 공급 계획에 대해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 시장은 “용산 국제업무지구는 글로벌 기업을 유치해 서울의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공간”이라며 “주택 경기 부양이나 단기적인 공급 수치 맞추기에 급급해 도시의 백년대계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당초 계획된 6,000호 수준이 업무 지구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보고 있다. 주거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국제업무단지로서의 매력이 떨어지고 교통난과 학교 부족 등 정주 여건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권영세 의원 또한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1.29 주택공급 대책을 통해 무분별한 숫자 늘리기식 공급을 강행하고 있다”며 “국제업무지구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는 정책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당 중진 의원과 서울시장이 한목소리로 정부 정책에 정면 반박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면서, 용산 개발은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좌초 위기에 놓였다.

​■ 과천시민 1,500명 거리로… “말 산업 폐허 위에 아파트가 웬 말”

​경기도 과천시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정부가 과천 경마공원(115만㎡)과 방첩사 부지(28만㎡)를 밀어버리고 9,800세대의 아파트를 짓겠다고 발표하자, 과천 시민들과 마사회 노조가 거리로 뛰쳐나왔다.

​지난 7일 과천 중앙공원에서 열린 ‘과천 사수 범시민 총궐기 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1,50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신계용 과천시장을 비롯해 여야 지역 정치인들이 총출동하여 정부의 일방통행식 행정을 성토했다. 이들은 “주민 동의 없는 주택 개발을 즉각 철회하라”며, 과천의 랜드마크이자 레저 시설인 경마공원을 없애고 아파트를 짓겠다는 발상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과천은 이미 지식정보타운, 과천지구 등 대규모 택지 개발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는 녹지와 여가 시설까지 주택지로 전환될 경우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국마사회 노조 또한 “말 산업을 붕괴시키고 경마 팬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

​■ ‘공공 만능주의’의 함정… 다주택자 악마화가 부른 ‘공급 왜곡’

​전문가들은 이러한 파열음이 예견된 참사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민간의 자발적인 주택 공급 기능을 억제하고, 오로지 공공 주도의 ‘물량 밀어내기’에만 의존하면서 발생한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특히 **’다주택자 = 투기꾼’**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 갇혀 민간 임대 공급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려 한 정책 기조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실 도심 내 주택 공급의 상당 부분은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임대 매물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이들은 전·월세 시장의 공급자 역할을 하며 주거 사다리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현 정부는 9.7 대책 등을 통해 다주택자의 취득세, 보유세 부담을 높이고 대출을 옥죄는 등 강력한 규제를 가했다. “실거주하지 않는 집은 파라”는 압박은 결국 민간 임대 물량 감소로 이어졌다.

구분 민간 주도 공급 (다주택자 활용) 공공 주도 공급 (정부 정책)
장점 – 신속한 의사결정 및 도심 내 소규모 공급 가능
– 다양한 임대 수요(전·월세) 충족
– 재정 투입 최소화
– 대규모 계획 도시 조성 용이
–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 확보
– 개발 이익 환수 가능
단점/한계 – 투기적 수요 유입 가능성
– 경기 변동에 따른 공급 불안정
주민 반발 및 지자체 갈등 심화
– 인허가, 보상 등 절차 지연 (속도 저하)
– 획일적인 주거 형태
현황 – 취득세·양도세 중과로 시장 진입 차단
–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로 공급 위축
– 용산, 과천 등 핵심 입지 반대 직면
– ‘숫자 맞추기’식 물량 목표에 매몰

​민간이 위축되니 공급 부족 신호가 켜졌고, 다급해진 정부는 무리하게 공공 부지를 긁어모으거나 기존 도시 계획을 뒤집어가며 ‘숫자 채우기’식 공급 대책을 내놓게 된 것이다. 용산의 업무지구 기능을 희생시키거나 과천의 레저 시설을 없애서라도 아파트를 짓겠다는 발상은, 민간 공급이 원활했다면 굳이 선택하지 않아도 될 고육지책에 가깝다.

​■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 민간 활력이 우선되어야

​정부는 이번 대책의 취지로 ‘수요가 있는 도심 내 공급’을 내세웠다.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다. 국민들은 외곽의 신도시보다 직주근접이 가능한 도심을 원한다. 하지만 그 공급의 주체가 반드시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공공기관이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야 한다.

​공공이 주도하는 개발은 토지 수용부터 인허가, 보상까지 수많은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과천과 용산의 사례처럼 지자체와 주민의 반발에 부딪히면 사업은 기약 없이 표류하게 된다. 정부가 목표로 한 ‘2027년 착공’은 현재의 갈등 양상을 볼 때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진정한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민간의 활력을 되살려야 한다. 다주택자를 무조건적인 투기 세력으로 몰아세울 것이 아니라, 그들을 **’건전한 민간 임대 주택 공급자’**로 인정하고 제도권 내에서 관리해야 한다. 양도세 중과 완화, 임대사업자 혜택 복원 등을 통해 민간이 스스로 도심 내 노후 주택을 정비하고 신규 주택을 공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 전망: 강 대 강 대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

​정부와 지자체, 주민 간의 ‘강 대 강’ 대치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서울시와 과천시의 반대 논리가 워낙 확고해 접점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만약 정부가 지자체 패싱(Passing)을 시도하며 사업을 강행할 경우, 행정 소송과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된다. 반대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경우, 정부가 약속한 ‘135만 호 공급’ 목표는 공염불이 되고 시장의 불안 심리는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결국 정부가 ‘공급 숫자’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 1.29 주택공급 대책과 같은 무리한 공공 공급보다는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민간 공급 활성화를 통해 시장의 숨통을 틔워주는 ‘투 트랙’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다주택자를 적으로 돌린 채 공공 혼자서 모든 짐을 짊어지려는 ‘외발 자전거’ 타기로는, 지금의 복잡한 부동산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 참고 자료 및 함께 보면 좋은 글

​[참고 자료]

국토교통부,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 (2026.1.29)

​[함께 보면 좋은 글]

​👉 [기획특집] 5월 9일, ‘세금 빗장’이 잠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이 불러올 ‘부동산 둠스데이’ 시나리오

​👉 [심층분석] “규제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12월 부동산 데이터가 증명한 ‘10.15 대책’의 참패

Recent Articles

spot_img

Related Stories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

Stay on op - Ge the daily news in your inbox